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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와 설정을 충실히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영화적 연출과 관객의 몰입도를 고려해 결말을 다르게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영화가 원작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이야기를 전해야 하고, 시각적 표현과 드라마틱한 연출이 강조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원작보다 더 감동적인 결말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때로는 원작의 메시지를 바꾸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원작과 결말이 다르게 각색된 영화들을 비교하고, 그 이유와 의미를 분석해보겠다.

영화와 소설, 결말이 다른 작품들 비교 분석
영화와 소설, 결말이 다른 작품들 비교 분석

1. 원작보다 희망적인 결말로 각색된 영화들

일부 영화들은 원작보다 희망적인 결말을 선택하여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여운을 남기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쇼생크 탈출’, ‘나는 전설이다’, ‘포레스트 검프’ 등이 있다. ‘쇼생크 탈출’(1994)은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원작과 영화 모두에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부당한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앤디가 감옥을 탈출한 후의 모습이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고, 그가 어디로 갔는지 독자가 상상하도록 여지를 남긴다. 반면, 영화에서는 그가 자유를 얻은 후 친구 레드와 재회하는 장면까지 보여주며 감동적인 결말을 연출했다. 이러한 변화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로 작용했다. ‘나는 전설이다’(2007) 역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말을 가진 작품이다.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거의 멸망한 세계에서 생존한 과학자 네빌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에서는 네빌이 사실상 변이된 인간들에게서 공포의 대상이었음을 깨닫고, 결국 그들에게 잡혀 죽음을 맞이하며 ‘나는 전설이다’라는 제목의 의미가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네빌이 백신 개발에 성공한 후, 다른 생존자들을 위한 희생을 선택하며 인류에게 희망을 남기는 결말로 바뀌었다. 원작이 전복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영화는 보다 대중적인 감동을 강조한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1994) 역시 원작 소설과 결말이 다르게 각색된 사례다. 윈스턴 그룸의 원작에서는 포레스트가 제니와 결혼한 후 떠나버리는 결말을 맞이하지만, 영화에서는 그가 아들과 함께 남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원작보다 더 따뜻한 감동을 주기 위해 희망적인 결말을 선택했다.

2. 원작보다 더 충격적이거나 어두운 결말을 선택한 영화들

반면, 원작보다 더 어두운 결말을 선택하여 충격적인 여운을 남긴 영화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싸이코’, ‘파이트 클럽’, ‘미스트’ 등이 있다. ‘싸이코’(1960)는 로버트 블로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노먼 베이츠의 정신적 이중성을 다루고 있다. 원작에서는 노먼이 정신병원에 수감된 후 비교적 덤덤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결말을 맞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광기가 더욱 강조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노먼 베이츠가 어머니의 인격을 완전히 내면화하여 마치 그녀가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장면을 마지막에 삽입함으로써 더욱 소름 끼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파이트 클럽’(1999)은 척 팔라닉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의 정신분열적 상태와 사회에 대한 반항을 다룬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현실을 직시하게 되지만, 영화에서는 그가 자신을 통제하는 데 실패하고, 도심 속 건물들이 무너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는 원작보다 더욱 급진적인 메시지를 담으며, 현대 사회의 무너지는 체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미스트’(2007)는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원작과 결말이 완전히 다르게 설정된 대표적인 사례다. 원작에서는 주인공과 생존자들이 안개 속을 뚫고 희망을 찾아 떠나는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살아남은 사람들을 직접 죽인 후, 곧바로 구원군이 도착하는 충격적인 반전이 추가되었다. 원작이 희망적인 해석을 열어둔 반면, 영화는 잔혹한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면서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결말을 선택했다.

3. 원작과 결말을 다르게 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영화들

어떤 영화들은 원작과 결말을 다르게 설정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추가하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부’, ‘블레이드 러너’, ‘다빈치 코드’ 등을 들 수 있다. ‘대부’(1972)는 마리오 푸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 조직의 보스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에서는 마이클이 범죄 조직의 수장이 되면서도 여전히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모습이 강조되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냉혹한 변화를 더욱 부각하며 도어가 닫히는 장면을 통해 절대 권력의 고독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1982)는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했지만, 영화에서는 원작과 전혀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 원작에서는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게 설정되었지만, 영화에서는 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면서 주인공 데커드 자신도 리플리컨트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열린 결말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원작보다 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성과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다빈치 코드’(2006)는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에서는 원작과 다르게 결말을 다소 단순화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예수의 혈통을 지닌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더 복잡한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이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생략하고 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결론을 제시했다. 이는 영화가 대중성을 고려하여 너무 복잡한 결말을 피하고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결론: 원작과 영화, 서로 다른 매체의 특성을 인정하며 감상하기 책과 영화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결말이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 때로는 원작보다 희망적인 결말을 선택하여 감동을 더하거나, 더 충격적이고 어두운 결말을 통해 강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며,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원작과 영화가 각기 다른 매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비교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더욱 풍부한 영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